거치기간의 대가: 이자만 내는 기간의 값
거치기간은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기간입니다. 상담 창구에서 "3년 거치로 하면 처음 몇 년은 부담이 적습니다"라고 안내받게 되는데, 그 가벼움에는 값이 붙습니다. 그것도 두 가지가 동시에 붙습니다. 3억을 연 4.2%로 30년 빌리는 경우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2026년 8월 11일
- 거치기간이란
- 3년 거치의 값: 숫자로
- 대가 ①: 이자가 붙을 원금이 줄지 않는다
- 대가 ②: 원금 갚을 회차가 짧아진다
- 그래도 거치가 필요한 경우
- 거치를 고를 때 확인할 것
거치기간이란
대출 기간 30년에 거치 3년을 붙이면, 이렇게 굴러갑니다.
- 1회차부터 36회차까지: 이자만 냅니다. 원금은 한 푼도 갚지 않으므로 36개월 동안 대출 잔액이 처음 빌린 3억 그대로입니다.
- 37회차부터 360회차까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습니다. 원금 3억을 남은 324개월에 나눠 갚는 셈입니다.
거치기간에 내는 이자는 매달 105만원입니다(3억 × 4.2% ÷ 12).
원리금을 함께 갚을 때의 146만원보다 41만원 가볍습니다. 이 가벼움이 거치를 고르는 이유입니다.
3년 거치의 값: 숫자로
| 항목 | 거치 없음 | 3년 거치 | 차이 |
|---|---|---|---|
| 거치기간 월 납입 | - | 1,050,000원 | 이자만 |
| 원금 상환 시작 후 월 납입 | 1,467,052원 | 1,549,544원 | +82,492원 |
| 총 이자 | 228,138,372원 | 239,852,330원 | +11,713,958원 |
| 총 상환액 | 528,138,372원 | 539,852,330원 | +11,713,958원 |
3년 동안 매달 41만 7,052원씩 덜 냈으니 총 1,501만원을 뒤로 미룬 셈인데, 그 대가로 이자를 1,171만원 더 내고 이후 상환액도 8만원 올라갑니다. 미룬 돈에 대한 값이 꽤 비쌉니다. 왜 그런지 두 갈래로 나눠 보면 명확해집니다.
대가 ①: 이자가 붙을 원금이 줄지 않는다
이자는 언제나 그달의 남은 원금에 붙습니다. 거치기간에는 원금을 갚지 않으니 36개월 내내 3억 전체에 이자가 붙습니다.
거치가 없었다면 그 36개월 동안 원금을 1,597만원 갚아서 잔액이 2억 8,403만원으로 줄었을 것이고, 줄어든 잔액에는 이자가 덜 붙었을 것입니다. 거치는 그 감소를 3년 통째로 미룹니다. 미룬 원금은 사라지지 않고, 남은 기간 동안 계속 이자를 낳습니다.
대가 ②: 원금 갚을 회차가 짧아진다
여기가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거치를 붙여도 만기는 그대로 30년입니다. 그러니 원금 3억을 갚을 회차가 360개월에서 324개월로 줄어듭니다. 같은 원금을 더 짧은 기간에 나눠야 하니 회차당 금액이 커집니다.
그래서 거치가 끝나는 37회차에 상환액이 105만원에서 155만원으로 한 번에 50만원 뜁니다. 거치 없이 시작했다면 146만원이었을 금액입니다. 거치가 끝나는 시점을 잊고 있다가 이 점프를 맞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거치기간이 길수록 점프도 커집니다. 5년 거치라면 원금을 300개월에 나눠야 하고, 거치가 끝난 뒤 상환액은 더 올라갑니다. 계산기에서 거치 개월을 바꿔 가며 "거치 후 상환액"이 어디까지 오르는지 미리 확인해 보세요.
거치 개월을 넣으면 거치 중 이자와 거치 후 상환액, 늘어나는 총 이자를 함께 계산합니다.
거치기간 넣어 계산해 보기그래도 거치가 필요한 경우
거치가 손해라는 뜻은 아닙니다. 값을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거치가 합리적인 경우는 대체로 지금 당장 현금이 두 군데로 나가는 상황입니다.
- 입주 전까지 전세와 대출을 동시에 부담하는 경우: 지금 사는 집의 월세나 전세 대출 이자를 내면서 새 집 대출 원금까지 갚기는 어렵습니다. 입주해서 한쪽이 정리될 때까지만 거치를 두는 것은 이치에 맞습니다.
- 소득이 오를 시점이 정해진 경우: 복직, 이직, 사업 안착처럼 몇 년 뒤 현금흐름이 나아질 근거가 있다면 무거운 시기를 뒤로 미루는 선택이 됩니다.
- 단기 자금이라 어차피 곧 정리할 대출인 경우: 2~3년 안에 목돈으로 정리할 계획이라면 애초에 원금을 나눠 갚는 의미가 작습니다.
반대로 "매달 나가는 돈이 적어 보여서"가 유일한 이유라면 다시 생각해 볼 만합니다. 그 경우 거치는 부담을 줄이는 게 아니라 미루면서 늘리는 것입니다.
거치를 고를 때 확인할 것
- 거치가 끝나는 달을 달력에 표시해 두세요. 상환액이 뛰는 시점이고, 그 달의 생활비 계획이 달라집니다. 디데이 계산기로 남은 날을 세어 둘 수 있습니다.
- 거치 중에도 원금을 갚을 수 있는지 물어보세요. 여윳돈이 생겼을 때 중도상환으로 원금을 덜어내면 거치의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수수료 구조는 중도상환 가이드에 있습니다.
- 거치기간을 짧게 쪼갤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3년이 기본이라도 1년만 거치하면 늘어나는 이자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 상환 방식과 함께 정하세요. 거치 후 부담이 걱정된다면 거치를 줄이고 원리금균등으로 평탄하게 가는 편이 관리하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