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왜 폰트 변환이 안 될까
폰트 변환기에 Damda를 넣으면 𝓓𝓪𝓶𝓭𝓪가 나옵니다.
그런데 담다를 넣으면 결과가 담다입니다. 사이트가 고장 난 게 아니고,
대부분의 변환기에 "영어만 입력하세요"라고 적혀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구조를 알면 그래도 한글을 꾸미는 길이 보입니다.
최종 업데이트: 2026년 8월
1. 그건 폰트가 아니라 다른 글자다
먼저 오해를 풀어야 합니다. 𝓓𝓪𝓶𝓭𝓪는 특별한 폰트로 그린 Damda가
아닙니다. 아예 다른 문자입니다.
유니코드에는 수학 논문을 쓰기 위해 만들어 둔 알파벳 세트가 여럿 있습니다. 수식에서 굵은 A와 필기체 A가 서로 다른 뜻을 가지니, 모양마다 별개의 문자 번호를 붙여 둔 것이죠. 그래서 이런 글자들이 존재합니다.
| 보이는 모양 | 실제 문자 이름 | 문자 번호 |
|---|---|---|
A | 라틴 대문자 A | U+0041 |
| 𝐀 | 수학용 굵은 대문자 A | U+1D400 |
| 𝓐 | 수학용 굵은 필기체 대문자 A | U+1D4D0 |
| 𝔸 | 수학용 이중선 대문자 A | U+1D538 |
폰트 변환기가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입력한 A를 저 목록의 다른 번호로
바꿔치기하는 것. 폰트를 건드리지 않으니 어디에 붙여넣어도 모양이 살아 있고,
대신 컴퓨터가 보기에는 전혀 다른 글자가 됩니다(이 점은 뒤에서 문제가 됩니다).
2. 한글에는 그 세트가 없다
이제 이유가 보입니다. 한글은 수식에 쓰이지 않았으니 필기체 가, 이중선 나 같은 문자를 만들 이유가 없었습니다. 만들려고 해도 규모가 다릅니다.
- 알파벳 한 세트: 대문자 26 + 소문자 26 = 52자
- 한글 한 세트: 현대 한글 음절만 11,172자
스타일 하나 추가할 때마다 11,172자를 등록해야 하는 셈입니다. 유니코드에 이미 등록된 전체 문자가 15만 자 정도인데, 꾸미기 목적으로 그만한 자리를 내주지는 않았습니다.
정리: "한글 폰트 변환이 안 된다"는 말은 정확히는 "한글은 모양이 다른 별도의 문자 세트가 없다"는 뜻입니다. 모양을 바꾸는 방법이 그것 하나뿐은 아닙니다.
3. 그래도 한글을 꾸미는 다섯 가지
글자 자체를 갈아 끼우는 방법이 막혔다면, 남은 길은 셋입니다. 글자 위에 무언가를 겹치거나, 글자를 잘게 풀거나, 폭이 다른 글자로 옮기는 것. 아래 다섯 가지가 실제로 먹힙니다.
(1) 겹침선: 취소선·밑줄·물결
유니코드에는 앞 글자 위에 겹쳐 그려지는 문자가 따로 있습니다. 글자 뒤에 이 문자를 하나 붙이면 그 글자에 선이 그어집니다. 한글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 스타일 | 담다 | 안녕하세요 |
|---|---|---|
| 취소선 | 담̶다̶ | 안̶녕̶하̶세̶요̶ |
| 밑줄 | 담̲다̲ | 안̲녕̲하̲세̲요̲ |
| 물결선 | 담̴다̴ | 안̴녕̴하̴세̴요̴ |
위 표의 예시가 네모(□)로 보인다면, 지금 보는 기기의 폰트에 겹침선 문자가 없는 경우입니다. 문자 자체는 정상이고 지원하는 기기에서는 선이 그어져 보입니다.
주의할 점은 하나입니다. 이건 눈속임에 가까워서 앱이 글자 간격을 다르게 잡으면 선이 밀리거나 끊겨 보입니다. 카카오톡 이름처럼 짧은 자리에서는 대체로 잘 나오고, 긴 문장에서는 들쭉날쭉해질 수 있습니다.
(2) 자모 풀어쓰기
음절을 자음과 모음으로 풀어 나란히 늘어놓습니다. 안녕이
ㅇㅏㄴㄴㅕㅇ이 되죠. 원래 글자를 아는 사람은 읽을 수 있고, 훑어보면
모양이 확 달라 보입니다. 한 칸씩 띄우면(ㅇ ㅏ ㄴ ㄴ ㅕ ㅇ) 더 느슨한 느낌이 납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깨질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자모는 한글 폰트에 기본으로 들어 있어서 어느 기기에서나 보입니다.
(3) 반각 자모: 폭이 좁은 한글
한글 자모에는 폭이 절반인 판(반각)이 따로 있습니다. 풀어쓴 자모를 이 문자로 옮기면 글자가 홀쭉해집니다. 옛 게임 닉네임에서 보던 그 느낌입니다. 지원하지 않는 폰트에서는 네모로 보일 수 있어 짧은 이름에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4) 초성만 남기기
안녕하세요를 ㅇㄴㅎㅅㅇ으로. 꾸미기라기보다 감춤에 가깝지만,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이름을 만들 때 쓰입니다. 초성으로 낱말 맞히기가 재미있다면
초성 퀴즈도 있습니다.
(5) 원문자·괄호 한글
㉮ ㉯ ㉰, ㈎ ㈏ ㈐처럼 동그라미와 괄호를 두른 한글이 있습니다. 다만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14자와 자음 14자뿐입니다. ㉮㉰처럼 목록 번호를 매길 때는 좋지만, 이름을 통째로 바꾸기에는 부족합니다.
덧붙여: 추억의 꾸밈체
ㅇr녕ㅎr세요 같은 표기를 기억한다면 2000년대 초 채팅에서 보던 방식입니다.
ㅏ를 r로, ㅣ를 l로 바꾸는 식으로
모양이 닮은 글자를 빌려 씁니다. 원리는 자모 풀어쓰기와 같고, 취향의 문제입니다.
4. 섞어 쓰는 게 결국 제일 예쁘다
실제로 많이 쓰는 형태는 한글을 통째로 바꾸는 게 아니라 본체는 한글로 두고 주변을 꾸미는 방식입니다.
| 구성 | 예시 |
|---|---|
| 앞뒤 장식 틀 | ˚₊‧꒰ა 담다 ໒꒱ ‧₊˚ |
| 글자 사이 기호 | 담♡다, 담·다 |
| 한글 + 영문 꾸밈 | 담다 𝒹𝒶𝓂𝒹𝒶 |
| 넓게 띄우기 | 담 다 |
이유는 실용적입니다. 한글 본체를 그대로 두면 검색으로 찾을 수 있고, 화면 읽기 프로그램도 제대로 읽습니다. 이름을 전부 특수 문자로 바꿔 두면 예쁘긴 해도 아무도 검색으로 못 찾습니다. 이 손익은 검색·읽어주기에 생기는 일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위 방법 전부가 한 페이지에 들어 있습니다. 한글을 넣으면 실제로 바뀌는 스타일만 골라서 보여줍니다.
폰트 변환기 열기5. 자주 묻는 질문
나중에 한글 필기체 문자가 추가될 수도 있나요?
가능성은 낮습니다. 유니코드는 꾸미기 목적의 문자 추가를 원칙적으로 받지 않습니다. 수학용 알파벳이 들어간 것도 수식에서 의미가 구분되어야 했기 때문이고, 그마저 지금은 "이미 있는 문자에 서식으로 처리할 일"이라고 봅니다.
옛한글이나 아래아(ㆍ)를 쓰면 특별해 보이지 않나요?
ㆍ나 ᄒ 같은 옛 자모는 존재하지만, 폰트 지원이 들쭉날쭉해서
상대 기기에서 네모로 보일 확률이 높습니다. 여러 사람이 볼 이름에는 권하지 않습니다.
이미지로 만들면 되지 않나요?
프로필 이름 칸에는 이미지를 넣을 수 없습니다. 게시물이라면 가능하지만, 그건 폰트 변환이 아니라 이미지 편집의 영역입니다.
겹침선을 두 개 이상 겹칠 수 있나요?
됩니다. 취소선과 밑줄을 함께 붙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겹칠수록 깨질 위험이 커지고, 일부 서비스는 결합문자가 많이 붙은 글자를 자동으로 지웁니다.